로그인
환영합니다! 귀하의 계정에 로그인하세요.
2021.10
21
로봇이 전쟁을 주도하면 인명피해가 줄어들까? (최현진, 경희대)
관리자
[우당 이슈브리프 No.6] 로봇이 전쟁을 주도하면 인명피해가 줄어들까?작성자: 최현진소속/직책 : 경희대 부교수, 한국유엔체제학회 연구이사지난 2015년 12월 이라크 서부 라마디 탈환 작전에 나선 미국과 영국의 특수부대와 이라크 정부군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포위했다. 당시 수 백 명의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은 시내 중심부에 방어벽을 치고 20여 명의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며 최후 저항을 했다. 만약 미국이 IS의 지휘소를 공중에서 폭격할 경우 아무리 정밀하게 타격을 한다고 해도 민간인들의 피해가 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연합군은 정밀폭격 대신 영국 특수부대 SAS (Special Air Service)의 저격수를 투입했다.² 저격수는 IS의 은거지로부터 1km 떨어진 곳에서 IS 간부 3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당시 저격수가 발사한 50구경 총탄은 25cm의 벽을 뚫고 들어가 숨어있던 IS 간부들을 관통했고, 그 결과 인질로 잡혀 있던 민간인들이 무사히 풀려났다.³반면 미군의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2019-2020년,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미군과 국제연합군의 폭격으로 2019년에만 약 700여명의 민간인들이 사망했는데, 이는 2001년 전쟁 개시 이래 가장 많은 규모였다.4 물론 여기에는 학교와 병원 등 민간 주거지에 주둔하며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탈레반의 책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무고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미군의 작전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떨어뜨렸다.5 이 두 가지 사례는 비정규전(내전)에서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비정규전의 성공은 막강한 화력보다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 협력 여하에 달려있다. 비정규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투원과 민간인의 식별문제(identification problem)를 해결하려면 주민들의 협력과 정보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투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다면 현지 민심과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투로봇이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까?인공지능(AI)을 장착한 전투로봇이 실전에 배치될 2030-50년에는 민간인 보호임무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기계는 머지않아 사람을 대신해 대부분의 정찰과 감시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무인전투체계는 적의 위치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타격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지휘관의 OK사인과 동시에 목표물을 파괴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고도 상공의 드론이 적의 위치와 좌표를 획득하고,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은 무인폭격기나 무인전차가 적진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gh) 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제 자폭형 무인폭격기 하롭(IAI Harop)을 실전에 투입했다.6 무인전투체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투 병력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임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7 둘째, 초소형 무인기가 일반 레이더나 유인정찰기로는 관찰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정밀 탐지하는 등 감시정찰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8 마지막으로, 전투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호력 개선에 들어가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9 요컨대,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무인전투체계가 미래 전장의 핵심전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에 우리 육군은 무인전투체계의 조기전력화를 목표로 2030년까지 모든 부대에 드론봇 전투단을 만들어 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10그렇다면 첨단화된 무인전투체계가 민간인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불행히도 로봇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과 기계는 그 자체만으로 영토를 지배할 수 없기에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을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나 기계학습 오류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11 둘째, 무인전투체계는 주민들의 신뢰와 협조(hearts and minds)를 얻는 정치적 활동을 수행하지 못한다. 비정규전과 인정화작전의 성패가 현지 주민들의 협력과 정보제공(collaboration)에 달려있음을 감안할 때, 기계만으로는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셋째, 실시간 탐지에 노출되어 숨을 곳이 없어진 무장단체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민간인 속으로 섞여들 것이다.12 민간인을 방패막이 삼아 자신들을 보호하는 한편, 첨단기술과 접목된 비대칭 무기―예를 들어, 더러운 폭탄(dirty bomb), 화학 및 생물학무기―를 사용해 학교와 병원 등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실제로 시리아에선 수니파반군이 점령지역의 병원을 거점으로 활용하자 정부와 러시아군이 병원을 폭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한 군대라 할지라도 민간인을 인질로 삼은 무장 세력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다. 시민의 생명과 인권을 중요시하고 언론의 감시를 받는 민주국가라면 더더욱 그렇다.13 탐지와 정밀타격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군이 탈레반을 이겨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민간인 보호임무따라서 무인전투체계가 실용화되는 미래 전장에서 민간인을 보호하는 한편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새로운 기술의 측면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기술 혁신이 초래하는 전쟁의 성격과 전투수행방식의 변화를 예측하고, 첨단무기를 활용해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30-50년의 전장에서는 파리 크기의 초소형 정찰용 드론이 대도시에 숨겨진 적 지휘소의 위치와 상황을 적에게 들키지 않고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장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전달받은 저격수가 원거리에서 발사한 ‘정밀 유도 스마트 총알’은 표적을 따라 궤적을 바꿔가며 날아가 적을 명중시킬 것이다.둘째, 전쟁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협조와 정보제공을 유도해야 한다. 미래 전장에서도 민간인보호는 적과 민간인을 어떻게 식별하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를 위해선 주민들의 자발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9]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크게 무력에 의한 위협과 인센티브 제공이 있는데, 민주국가는 주로 후자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무장반군 활동지역의 민간인은 정부군의 군사작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예를 들어, 반군의 위치, 계획 및 활동시간 등)를 가지고 있으며, 군은 ‘조건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민간인의 정보제공을 유도할 수 있다.14 성공적인 예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국의 Commander’s Emergency Response Program (CERP)을 꼽는다. CERP는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 지휘관들이 현장에서의 판단에 근거하여 인도주의적 구호 및 소규모 재건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즉각 지원토록 한 사업이다. 미군은 CERP를 통해 이라크와 아프간 민간인 지원에 총 28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사업은 이라크와 아프간 주민들의 복지 향상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혜자들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냄으로써 반군의 저항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15첨단 탐지기술과 자율형 전투로봇이 등장할 미래에 민간인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2030-50년에도 주민의 협조를 얻어 적을 진압하고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로봇전쟁의 미래가 다가올수록 민간인보호에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이 글은 <최현진. 2020. “비전 2050을 위하여: 미래 비정규전에 대비한 육군의 군사혁신.” 이근욱 편. 「도전과 응전, 그리고 한국 육군의 선택」 서울: 한울아카데미>을 개편하여 수록한 것임을 밝힙니다.1. Nabih Bulos and Marcus Yam, “A New Weapon Complicates an Old War in Nagorno-Karabakh,” Los Angeles Times, October 15, 20202. 이장훈, “IS에 맞서는 미국-러시아의 각기 다른 그림자전쟁,” 펍(pub)조선, 2016년 2월 26일.3. Ibid.4. BBC News, “Civilians killed in air strikes in Afghanistan soars by more than 300%,” December 8, 2020, https://www.bbc.com/news/world-asia-55225827.5. Neta C. Crawford, “Afghanistan’s Rising Civilian Death Toll Due to Airstrikes, 2017-2020,” Costs of War Project, December 7, 2020, Watson Institute, Brown University.6. Bulos and Yam (2020).7. 설현주, 『2035년 한국 미래 공군 작전개념 및 핵심임무 연구』 (충남대학교, 2017).8. 문화일보, “美·中 ‘벌떼 드론’부대 구체화 … 미래戰 대표 무기로,” 2018년 8월 10일.9. 설현주 (2017).10. 육군본부, 『도약적 변혁을 위한 육군의 도전』 (대한민국 육군, 2019).11. Eli Berman, Joseph H. Felter, and Jacob N. Shapiro, Small Wars, Big Data: The Informational Revolution in Modern Conflict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8).12. Benjamin Sutherland, “Military Technology: Wizardry And Asymmetry,” in Daniel Franklin (eds.), Megatech: Technology In 2050 (London: Economist Books, 2017).13. Gil Merom, How Democracies Lose Small War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14. Stathis Kalyvas, The Logic of Violence in Civil Wa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6).15. Eli Berman, Jacob N. Shapiro and Joseph H. Felter, “Can Hearts and Minds Be Bought? The Economics of Counterinsurgency in Iraq,”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Vol. 119, No. 4 (2011), pp. 766-819.16. CERP를 통한 10달러의 지출이 주민 10만 명당 16건의 폭력 사건의 감소에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Berman, Felter, and Shapiro (2018), p. 124.2021.10
17
전북대 문경연 교수, UN FAO와 한국 간 협력 전략 수립
관리자
전북대 문경연 교수(국제인문사회학부,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가 UN 산하 식량농업기구인 FAO의 연구 책임을 맡아 FAO와 한국 정부 간 협력전략 수립에 나선다.이를 위해 문 교수는 앞으로 1년간 국제개발협력 분야 국내 최대 학회인 국제개발협력학회 전문위원들과 함께 FAO 한국협력사무소를 통한 FAO와 한국 간 협력 로드맵을 수립한다.이 사업은 농업, 식량, 산림, 수산, 북한 등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증대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과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으로, 농업 및 식량 전문가 강문수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림 전문가 박미선 교수(서울대학교), 수산 분야 전문가 조정희 박사(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제개발협력학회 김성규 회장 등 각 분야 최고 전문 연구진이 참여한다.이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은 문경연 교수는 외교부 무상원조 관계기관협의회 민간전문위원,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민간위원 등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제 및 북한 개발 협력 전문가다.문 교수는 지난 9월 16일 진행된 FAO-한국개발협력학회 협약식에서 “농업이 주요 산업이자 농촌진흥청 등 농업 관련 국책기관이 밀집해 있는 전라북도의 장점을 국제기구인 FAO와 국제사회의 빈곤, 식량, 발전 문제 해결과 연결하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한편,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수립된 로드맵은 내년 4월 FAO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 시 전격 발표될 예정이다.전북대 문경연 교수, UN FAO와 한국 간 협력 전략 수립 - 교수신문 (kyosu.net)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2021.10
17
2021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분석 및 한일관계 전망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관리자
[아산정책연구원 ISSUE BRIEF] 2021-252021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분석 및 한일관계 전망 작성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UN체제학회 홍보간사)요약지난 9 월 29 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선거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64)의 승리로 끝났다. 기시다는 27 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으며, 10 월 4 일 지명선거를 거쳐 일본의 100 대 총리로 취임하였다. 7 년 8 개월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과 이후 1 년여간 아베 내각을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이후에 들어서는 새로운 내각이다.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신(新)내각 발족은 한국의 대일외교 및 한일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시다 신내각이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변화와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기시다 내각의 출범과정에서도 기존 일본 파벌정치의 한계와 아베 전 총리, 아소 타로(麻生太郎)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기득 세력의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전 총리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고, 2 차 아베 내각부터 스가 내각까지 8 년 9 개월 넘게 자리를 지켰던 아소 부총리는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시다 내각 또한 아베 내각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결국 기시다 내각만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10.31 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기시다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을 확보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읽기 * 첨부파일 참조2021.10
06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사례연구: 강대국의 실행 결정요인을 중심으로 (박기철, 국방부)
관리자
[한국동북아논총] 26(2) pp.5-26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사례연구: 강대국의 실행 결정요인을 중심으로 작성자: 박기철 (국방부,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초록본 연구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결정요인을 밝히는 연구이다. WMD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은 1925년 제네바 의정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9개의 WMD 비확산레짐을 탄생시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이 중 4개는 강력한 이행력을 갖추고 성공한 레짐으로 평가받는 반면 나머지 15개의 레짐은 허약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중 5개의 레짐은 당사국으로부터 비준되지 않아 발효 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성공한 레짐과 실패한 레짐에 대한 사례 연구는 레짐의 이행력을 강화하는 요인을 밝히고, 강대국이 선별적으로 이행 강화 요인에 개입하여 지지와 거부를 현상을 설명해준다. 대량살상무기 레짐을 무기체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핵무기레짐과 화생무기레짐으로 구분하고 핵무기레짐의 성공사례로 NPT를, 실패사례로 CTBT를 선정하여 살펴보았으며 화생무기 레짐 중 성공사례로 CWC를, 실패 사례로 BWC를 선정하여 연구하였다. 강대국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레짐에 대하여 지지와 거부를 결정하는 요인을 밝히는 것은 레짐을 평가하고 향후 추이를 가늠하는데 학문적, 정책적으로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발생할 펜데믹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 아닌 인위적인 생물테러나 공격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초국가적 대응을 요구하는 대규모 생물사태 대응을 위해 생물무기금지협약의 이행력은 시급히 강화되어야 한다.2021.10
06
펜데믹 시대,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박기철, 국방부)
관리자
[JPI PeceNet] 2021-20펜데믹 시대,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작성자: 박기철 (국방부 육군중령,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아폴론의 화살과 국제사회 불평등의 심화니콜라스 A. 크리스타키스는 코로나19 펜데믹을 트로이 전쟁에 비유하였다. 『일리아스(Ilias)』 에 등장하는 아폴론은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한 것에 분노하여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의 화살을 퍼부었고, 호메로스(Homeros)는 역병으로 사망한 시체들의 화장(火葬) 더미가 끊임없이 타올랐다고 기록하였다. 3000년이 지난 오늘, 인도 뉴델리는 쏟아지는 코로나 사망자를 감당할 수 없어 노천 화장장을 운용하고 있으며 장작더미에 시신을 쌓아놓고 집단 화장을 하는 모습을 공공연히 볼 수 있다. 일리아스에 기록된 역병에 고통받는 인류의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사진-1> 참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미한 존재인 바이러스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가 도도하게 발전시켜온 공중보건 시스템, 생명 연장을 위한 과학과 의학 기술, 질병 예방을 위한 국가 간 공조와 연대를 일순간에 무력화 시키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트로이 전쟁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 계속읽기 *첨부파일 참조2021.10
06
美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로의 회귀와 BWC 역할 (박기철, 국방부)
관리자
작성자: 박기철 (국방부,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1. 서론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시대를 미국 역사의 일시적인 ‘일탈’로 규정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상당 부분 이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방주의를 벗어나 다자주의적 외교정책을 펼칠 것이며,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 다자주의 국제질서 재구축 등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과 대결 구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미국의 리더십의 회복은 생물안전과 생물보안에 대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생물무기금지협약의 이행력을 강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화학무기금지협약(Chemical Weapons Convention, 이하 CWC) 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생물무기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 이하 BWC)은 레짐 이행을 강제할 수 없는 허약함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CWC는 지난 1997년 발효되어 현재 193개국의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신고 된 화학무기의 98%에 해당하는 71,140톤을 폐기함으로써 201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레짐 중 가장 성공한 레짐으로 평가 받는다.대량살상무기 비확산레짐은 크게 핵무기와 화생무기 레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핵무기로 화생무기에 대해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핵무기 우위전략(Nuclear Supremacy)에 입각한 정책을 펼쳐왔으며 WMD 비확산레짐에 있어서도 선별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이하 NPT)와 NPT의 이행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이하 IAEA)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강력한 레짐으로 성장시켰지만 화생무기 레짐에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 소련과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양자협약인 와이오밍조약(Wyoming Treaty)을 확대하여 CWC 창설을 주도하고 성공적인 레짐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강대국의 레짐에 대한 실행결정요인인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이하 CTBT)에 대해서는 지지를 철회하거나 이행강화요인이 수립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레짐의 효과성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다자주의의 부활이 예고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인류에게 생물안전과 생물보안 증진을 위한 BWC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2021년 7월 전문가회의와 11월 당사국회의를 앞둔 지금이 BWC의 이행력 증대 시킬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으며 북한의 생물무기 위협과 새로운 펜데믹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는 반드시 9차 평가회의에서 레짐 이행강화를 위한 결실을 맺어야 한다.2021.10
06
포스트 코로나19, 넥스트 펜데믹(Next Pandemic)에 대비하기 위한 유엔체제의 역할과 책임 (박기철, 국방부)
관리자
작성자: 박기철 (국방부,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넥스트 팬데믹(Next Pandemic)은 어떤 모습일까?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생물무기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s, 이하 BWC)이 인위적인 생물테러 및 공격을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 발생하는 대규모 감염병의 출현을 예방하는데 있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생물무기 테러나 전쟁에 대응하는 것과 대규모 감염병의 확산에 대응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강력한 보건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일 뿐 아니라 생물학무기 사용을 억제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 인위적인 생물학 무기 테러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응방법은 다르지 않다. 이는 앞으로 다가오는 넥스트 팬데믹(Next Pandemic)이 자연 발생하는 감염병이 아닌 인위적인 생물무기테러나 생물무기전쟁으로 촉발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자연적 기원은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반면 중국의 우한연구소 기원설에 대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이 제공한 보고서에는 코로나19 발발이 공식 보고되기 한 달 전 중국의 우한연구소에서 3명의 연구원이 비슷한 증세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으며, 엔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북한이 최근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사실은 오히려 북한의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7월 폴리티코(Politico)에 의해 소개된 북한의 생물무기 개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이유로 각종 실험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장비들이 백신개발이 아닌 생물무기 개발에 사용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탄저균과 천연두균을 미사일에 탑재하여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탈북 귀순자들에 대한 심문과정에서 입수한 북한군이 현재 천연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는 정보는 북한의 생물무기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1979년 천연두가 멸종 되었다고 선언하였지만, 북한은 이를 비웃듯 군인들에게 천연두 백신 접종을 지속하고 있으며, 북한 고위급인사는 남한을 공격하는데 있어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비단 북한만이 아니다. 생물무기는 “가난한 자(者)의 핵무기”로 제조가 쉽고 무엇보다 저장, 이전, 사용에 있어 은닉하기가 쉽다. 따라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이외에도 이란, 시리아, 기타 비정부 테러리스트들도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증하는 생물무기 위협을 고려할 때에 코로나19 이후의 넥스트 팬데믹은 자연 발생한 질병이 아닌 인위적으로 개발된 생물무기가 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2021.09
30
한미정상회담과 한중관계 (주재우, 경희대)
관리자
작성자: 주재우소속/직책 : 경희대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대외협력이사1. 들어가며우리나라의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놓고 우리의 여론과 의견은 양분화되어 왔다. 우리의 대미 외교에 대해 우리나라의 중국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군사협력 발전과 강화에 민감하면서 중국의 반응을 우려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우리의 대중 외교에 대해 많은 미국전문가들은 정부의 ‘중국 경사론’을 우려하며 한미동맹의 기초(foundation)와 굳건함을 잠식시키는 요인으로 간주해왔다. 이는 우리 외교에서 미중 양국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방증한다. 즉, 미국과 중국 각국이 우리의 대미, 대중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대미 외교에서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대중 외교에서 미국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내재적 구조가 우리의 전략의식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5월 21일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 국민의 외교적 평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또 다시 양분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의 많은 미국 전문가들과 오피니언리더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전략에 일치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미동맹이 ‘정상궤도’에 올랐음이 입증되었다고 호평했다. 과연 그러했을까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과거에 이들은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문 대통령이 중국에 경사되었다고 평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중 외교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우리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과 회담을 갖기만 하면 회담의 결과를 놓고 왜 그 나라에 경사되었다고 천편일률적인 평가를 즐비하게 늘어놓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미국에 ‘완전히 경사’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으로 ‘대만지역’이 언급된 사실에서부터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에 우리가 모두 동참하기로 합의한 사실 때문이었다. 게다가 역대 정부가 모색한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우리의 미사일 개발 ‘자주권’을 회복했다고 고무된 평가가 연일 보도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 모든 합의가 가진 전략적 함의가 정작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에 우호적이고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다. 반면, 중국에 우호적이고 중국을 의식하는 이들은 미국에 경사한 결과라고 비판하기에 급급하다. 친미 성향의 평론가들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명확해졌음에 고무되었다. 이들은 한미 정상 간의 합의 사항이 우리의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 등 전반적인 국익에 부합한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중국을 의식하는 이들은 중국의 반응을 우려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내용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사항으로 충만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주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중국의 반응과 평가를 선제적으로 의식하는 악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자문자답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의 결과 평가는 합의된 내용만 놓고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시각에서 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국익 원칙에 일치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에 얼마만큼 이로운지를 따져봐야 한다. 합의된 사항이 우리의 주변국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외교에 주는 전략적 함의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만의 대응전략을 사전에 염두하고 정상 간의 합의를 이룬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과 정부가 밝힌 입장과 평가에 대한 해석은 상기한 전략적 사고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2. 한미 정상회담의 6개 함정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고 한미관계의 ‘정상’회복으로 볼 수 있는가. 이에 동의하는 이들은 진보성향의 정권이 한미동맹 강화 내용을 수용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한미관계가 이제는 ‘정상화’,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을 수용한 정부가 이를 이행할 의사와 의지가 있는지에 있다. 왜냐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내용이 모두 중국을 겨냥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핵심전략을 모두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공동 방위 협력의 범위를 확장시키는데 합의했다. 이는 새로운 영역으로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에서 한미동맹의 임무와 목적, 즉 대북 억지력 강화를 재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두 가지 의미에서 확대하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하나는 지리적인 범위의 확대다. 지리적인 범위는 한반도를 초월한 주변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대만지역을 포함하는데 인식의 일치를 본데서 입증됐다. 미국은 2005년 미국의 동맹국에 주둔하는 자국 군에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동 작전개념이 작동될 시 미국의 요청으로 동맹국은 주둔군과 함께 공동 파병의 조건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동 작전개념에서 우리군의 동반 파병을 거부하면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작전전략에서 우리 군이 제외되었다. 그러나 이제 한미동맹의 안보관이 대만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우리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서 제외될 수 없는 근간이 마련된 셈이다. 다른 하나는 공간의 확대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서 한미동맹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이런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이 출몰하는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미국이 추구하는 사이버와 우주 안보 질서에 동참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미 미국과 서구가 이의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어 때늦은 감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에 동참함으로써 우리의 지분, 즉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어 우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의제이다. 둘째, 미사일 지침의 폐지다. 이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우리의 미사일 개발 주권을 회복했다고 고무되었다. 이제 우리 미사일 사거리의 제한이 사라진 만큼 우리의 우주 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 함정은 우리 영토 내에서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에 있었다. 주한미군기지에도 이제는 사거리 제약을 받지 않고 중장거리 미사일의 배치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9년 INF 폐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비로소 미국은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주한미군기지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가능해졌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했었다. 그것이 바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었다. 동 지침으로 한반도에 800km 이상의 사거리 미사일의 배치가 전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미국이 지금까지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할 수 있었던 미사일은 두 종류에 불과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 미사일뿐이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00km이며, 사드는 최대 사거리가 200km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INF의 폐기와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지로 사정거리 1000-2500km의 준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사정거리 3000-5000km의 중거리, 그리고 그 이상의 사거리 미사일(장거리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의 배치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이를 누가 우선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데 있다. 우리가 독자개발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국방을 위해 배치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이 공백기를 주한미군이 채울 공산이 크다. 왜냐면 중국 위협의 부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때와는 달리 우리는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반대할 명분과 근거가 없다. 즉, 우리는 이를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저지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왜냐면 주한미군기지는 우리의 치외법권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미사일 같은 무기 반입을 반대할 실질적인 명분이 없다는 데 있다. 사드를 우리 국민이 반대 시위를 하고 정부가 배치를 방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드 기지에 대형 탐지 레이더가 부설되어야하는데 이 레이더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국민이 사드 때와 같이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주한미군기지에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반대하면 이는 반미(反美)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는 의사 표시다. 특히 한미 양국 정상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이 모든 행위의 주역으로 미국은 권위주의 정권을 정의했다. 여기에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도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 있어 주요 견제 대상은 중국, 러시아와 북한 등이라는 의미다. 우리의 대북, 대중관계 및 정책에 기본적인 전략 변화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넷째, 대만지역의 언급이다. 사상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대만을 포함시켰다. 대만지역을 언급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정책을 존중한다는 양해 문구 없이 직접 거론한 것이 문제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특히 중국과 대만 문제를 언급할 때 이런 양해 문구를 반드시 필두로 한다. 미국 측이 이를 간과했으면 우리 측에서라도 이런 양해 문구의 첨삭을 요구했어야한다. 왜냐면 대만 문제는 중국에게 ‘핵심이익’의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측은 아무래도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회담, 특히 가장 최근의 미일 정상회담(2021년 4월)의 공동성명을 보면서 같은 문구가 언급되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상황이 일본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의 당사국이다. 따라서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일본자위대의 지리적 방어 영역을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미일 가이드라인’이 두 차례(1997, 2015) 개정되면서 일본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대만지역’까지 확대되었음을 암시하는 문구를 포함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일 양국 간에 대만지역에 대한 군사적 공동 인식이 토대를 이미 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현실적으로나 원칙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도 거부하는데 대만지역의 문제를 이상적으로 인식한 사실이 정부 측의 해명으로 드러났다. 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우려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의 해명은 순진하다 못해 개념이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다섯째, 코로나19의 발병 기원을 평가·분석한다는 약속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우리(한미)는 또한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코로나19의 발병 기원을 조사하는데 한미 양국이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중국이 근원지라는 미국 측의 인식과 일치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시 중국이 발원지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마지막으로 핵심신흥기술에 대한 통제문제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우리(한미)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면밀한 심사’와 ‘수출통제’이다. 미국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이런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미국은 이의 이행 명분과 근거 마련을 위한 법안을 연일 통과시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한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네트워크에 외국의 협력과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국내 법안과 대외 정책 전략 보고서를 보면 이의 대상은 중국이 명백하다. 따라서 미국의 메시지는 미국의 대중 경제 견제 전략에 우리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다. 3. 중국의 불만과 한중관계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 구상과 입장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모두 동의한데 중국이 상당한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 같은 입장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왕이 외교부장과 우리 외교부장 간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한 의도에서 중국의 불만이 상당했음을 일을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우선 우리의 “늦장 보고”에 불만을 토로했다. 5월 23일에 대통령이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 당국으로부터의 연락이 근 20여일 만에 이뤄진 것에 대해 질책한 것이다. 그의 발언이 훈계조로 시작한데서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근래에 세계와 지역 정세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한·중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앞으로 적시에 소통하는 것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적했다. 이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는데 제 때 제 때 신속하게 보고하라는 질타였다. 둘째, 미국의 인태전략에 대해 우리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왕이 부장은 인태전략이 냉전적 사고가 충만하기에 집단적 대결 구도를 추동하는 것으로 인태전략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전하려했다. 이의 이유로 그는 인태전략이 지역 평화의 안정적 발전에 전혀 이롭지 않음에 있다고 훈계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옳고 그름, 곱고 곧음”, 즉 시시비비와 왜곡과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호통한 것이었다. 역으로, 그는 우리가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할 뿐 아니라 왜곡과 사실을 분간하지 못하면서 도리에 맞는 것과 어긋나는 것을 판단하지 못한다고 질책한 것이다. 셋째, 우리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우리에게 한중 양국 “공통의 정치적 인식(政治共識)”을 “성실하게 지킬 것(信守)”을 주문했다. 즉, 중국과 일치된 정치적 인식을 가졌는데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우리와 중국이 ‘공통의 정치적 인식’을 가졌다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 뜻을 유추할 수 있겠다. 중국이 주장하는 다자주의, 자유무역과 인류운명공동체에 대해 대통령이 인식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밝힌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에게 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라고 상기시킨 것이다.더 나아가 왕이 부장은 우리나라가 “잘못된 장단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는 단순하게 우리보고 미국의 장단을 맞추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이전에 우리에게 이런 경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었다. 2019년에만 두 번 있었다. 그해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리고 12월에 왕이 부장이 우리 외교장관의 면전에서 경고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한 협력이 상호이익으로 ‘윈-윈’하는 것이기에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왕이 부장은 미국에 경사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시진핑의 불만을 상기시킨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화 내용에서 중국은 한국의 배은망덕함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우리는 어떠한 반박 발언 한 마디조차 하지 못했다. 왕이 부장은 중·한 간의 “패스트 트랙”을 잘 활용해 필수 인력의 왕래를 보장하자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2020년 6월부터 한·중 양국이 필수적인 경제활동과 기업인의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시행됐다. 이에 우리 정부와 언론이 중국의 호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뒤인 11월 11일 중국은 일방적으로 이를 중단시켜버렸다. 당시 우리 외교부는 이런 중국의 조치를 두고 ‘전면적인 중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한 중단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중국은 우리 국민의 중국 입국 조건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12월 1일부터 중국 입국을 위해서는 사전 코로나 검사결과뿐 아니라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혈청 항체 검사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은 항의는커녕 해명조차 요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동일한 조건을 중국 입국자에게 적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왕이 부장과의 통화에서 우리 외교장관은 왕이의 비현실적인 발언에 또다시 한 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 4. 나오면서 미중 전략 경쟁시대에서 우리의 정체성, 주권, 가치와 국익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즉, 지경학적 이익의 수호를 위해 이에 상응하는 지정학적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춰야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우리는 아직 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은 외교다. 즉, 다자협력을 통해서만 이를 일궈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외교는 다자주의, 다자협력과 다자외교에 기반한다. 우리가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정체성에 우선 부합하기 때문이다. 동맹 가치를 기반으로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주권과 생존권을 현재로서는 제일 잘 보존해줄 것이다. 실질적인 이익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의 주권과 국익 관점에서 최선의 포석은 이런 협의체가 결성하는 초기 때부터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지분을 챙길 수 있다. 제도와 규범 설정에 참여함으로써 ‘룰 메이커(rule-maker)’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다자외교에서 우리의 발언권은 물론 우리의 영향력과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리고 중국을 사전에 지나치게 의식하는 습관에서 탈피해야한다. 중국의 보복성 제재를 우려한 나머지 우리가 우리의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중국의 제재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반중전선에 동참하는 ‘행동’이 감지되면 중국은 제재로 응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을 위한 전략 사고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하는 변수를 고려할 때 우리와 중국 관계를 고려해야할 것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에서 우리의 생존법은 상대방을 사전에 과도하게 의식하는 외교적 악습관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는 것이다.2021.09
30
미-중 다자주의 경쟁과 '낀 국가' 한국의 외교전략 (이신화, 고려대)
관리자
저자: 이신화 고려대학교 교수, 한국유엔체제학회장미-중 다자주의 경쟁과 ‘낀 국가’ 한국의 외교전략1.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이론과 실상 2.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LIO)의 전개와 한계3. 중국식 다자주의의 전략적 의도와 한계4. 미·중 다자주의 경쟁의 향방5.‘낀 국가’ 한국의 전략적 선택< 요 약 >▶ 미·중 모두 다자주의를 표방하지만 각자 옹호하는 다자주의의 의미, 전략적 목표, 이행과정의 전략이 다르고 양 강대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상호 배격의 레토릭과 도구로 다자주의를 동원하고 있음▶ 양 강대국의 짝짓기 경쟁 속에서 ‘선택의 순간’에 처한 국가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으나 국제 민심, 특히 인태 지역 국가들은 일단 미국 쪽으로 쏠리는 추세임▶ 무역과 기술영역에서 중국과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있는 서방 국가들이 미국 주도 민주주의 동맹과 클린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동맹에 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임▶ 많은 한계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LIO)를 대체할 국제질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진 않음▶ 전방위적으로 치열해진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견고히 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규범 및 이익을 공유하는 친구국가들과의 다자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임 ο 따라서 쿼드 및 파이브 아이즈 확대 과정에 동참할 기회를 잡고, 미국 주도의 ‘기술 생태계’ 재편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 사이에 낀 국가들과 다자주의 연대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일정 정도의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중견국의 순간’을 잡아야 함▶ 지역적 차원에서 미국과의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사이 ‘실용외교’를 구사하기 위해 소다자 안보협력체들을 주도적으로 추동해야 함▶ 국내적으로는 외교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과 국익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함 ο 또한 남북관계나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외교를 도구화하지 않고 한반도를 뛰어넘어 글로벌 다자무대에서 국익과 국제공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외교 프로페셔널리즘’을 고취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