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환영합니다! 귀하의 계정에 로그인하세요.
최동주 부회장, 『유엔과 한국, 1945-1973: 건국, 평화, 경제 성장의 파트너십』재조명 2021-10-25 55 |
『유엔과 한국, 1945-1973: 건국, 평화, 경제 성장의 파트너십』은 1945년부터 197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 한국이 유엔(United Nations)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역사적으로 조우하고 상호 관계를 맺게 된 연원과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다.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의 연구팀은 해당 시기에 유엔이 한반도에 설치한 특별 기구들과 산하 기관들의 지원 활동을 기록한 4만여 점의 원문 자료들을 발굴하여 해제하는 작업에 3년간 매진했다. 그중 국가 성립, 한국 전쟁과 복구, 초기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핵심적 사실들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연구책임자를 맡았던 최동주 부회장이 연구에 참여한 8명의 공저자들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은 시기별로 한국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유엔 및 그 산하 기관들이 초점을 맞춘 활동 방향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서사로 나뉘어져 있다. 유엔이 공정한 선거 관리와 민주 정부 수립을 위해 파견한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과 뒤이어 남북한 갈등을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한 유엔한국위원단(UNCOK)의 활동으로 대표되는 정부 수립 전후 시기, 유엔군사령부(UNC) 중심의 다국적 군사 협력으로 북한의 군사 침략에 맞섰던 한국 전쟁 시기, 또한 같은 시기에 유엔한국민사지원사령부(UNCACK)와 유엔한국재건단(UNKRA)이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며 여력을 쏟았던 민간인 구호와 구제 활동, 이후 유엔과 그 산하 기구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재건 노력을 기울였던 전후 복구 시기, 마지막으로 유엔이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측면에서 지원한 경제 성장 시기이다.
| 출판사 서평 |
건국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의 침략으로 불과 사흘 만에 수도 서울을 함락당하며 국가 존망의 기로에 섰던 대한민국이 가까스로 기사회생하여 체제와 영토, 국민을 지켜낼 수 있었던 데는 유엔군의 개입과 지원이 결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이후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발판을 놓는 데 있어서도 유엔과 국제 사회의 도움이 소중한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국제 구호 단체들이 나눠준 밀가루로 주린 배를 채우거나 미군들 뒤를 따라 다니며 연신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던 기억을 간직한 전쟁 세대들은 물론이거니와, 이제껏 전쟁과 절대적 빈곤을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조차도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뒤이은 전쟁, 전후 복구, 경제 성장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잇기 위해 유엔과 국제 사회가 어떠한 대응 전략 아래 그 어떤 체계를 구축하고 실행에 옮겼는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이들은 드물다.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근현대사를 전공한 관련 연구자들 중에서도 그 전체적인 과정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이들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유엔과 한국, 1945-1973: 건국, 평화, 경제 성장의 파트너십』은 바로 그런 현실에 착목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책이다. 그동안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누구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실존하는 원문 자료들에 기초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 시도한 연구자들의 노력의 결실이 이 책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유엔이 1948년 5·10 총선거의 공정한 관리와 민주적 정부 수립을 위해 설치한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에서부터 뒤이어 한반도에 주둔한 외국군의 철수를 감시하기 위해 파견한 유엔한국위원단(UNCOK), 북한군의 침략에 맞선 군사적 대응을 이끈 유엔군사령부(UNC), 전시 민간인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유엔한국민사지원사령부(UNCACK), 전후 재건을 담당한 유엔한국재건단(UNKRA), 한반도 통일 추진과 경제 복구를 지원한 유엔한국통일재건위원회(UNCURK), 그 외 각 분야별로 구호와 원조 활동을 벌인 유엔 산하 기구들의 창설 과정과 구조, 활동들을 일관된 틀에 맞춰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의 연구팀은 유엔과 한국 간의 관계를 드러내주는 무려 4만여 점의 원문 자료들을 사전에 확보해, 일일이 해제하고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이를 집짓기에 비유하자면, 지나간 역사의 터전에 유엔과 한국 간의 파트너십이라는 터파기를 한 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자재들을 모아 토대를 쌓고 철골을 올린 다음 콘크리트를 부어 하나의 집을 완성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편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 가운데는 문득 이런 의문 하나를 품을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역사학이 아닌, 주로 국제정치와 안보, 사회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왜 굳이 7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에 주목해 그를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답은 편저자인 최동주가 쓴 서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해당 장에서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알지 못했거나 잊었던 사실들이 다시금 조명되어 대한민국의 기틀이 다져지는 과정에서 유엔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얼핏 원론적인 수사로 들리는 이 말은 오늘날 이 땅에서 많은 함의를 지니고 있다. 즉 근래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그로 인한 폐해들을 부정하는 목소리들이 대두되는 것처럼, 실존하는 사료들을 끊임없이 발굴해 꼼꼼히 기록해놓는 수고를 거치지 않은 역사는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든 부정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특히 객관적인 사실이나 진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탈진실(post truth)의 시대, 자신의 가치관과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사실들은 외면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대한민국 건국에서부터 전쟁을 거쳐 경제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유엔과 국제 사회의 역할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비단 역사학자들의 몫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안보를 전공한 연구자들의 영역이기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학자로서 최동주는 같은 서문에서 “유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공적으로 재건을 이룩한 독특한 발전 모델로서 대한민국의 사례가 학계에 소개되어, 개발 도상의 과정에 있는 지구 사회의 많은 국가들 사이에서 세계 정부 유엔의 기여와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고대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배타적 보호주의와 고립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과거 국제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하던 유엔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론마저 대두되는 이 시대,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럼에도 ‘세계 정부’로서의 유엔의 기여와 역할은 중요하며, 그를 증명해주는 사례로 대한민국의 사례가 널리 인용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목차 |
Ⅰ. 들어가며
Ⅱ.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의 유엔의 역할 1. 유엔 대표단의 한반도 상륙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2. 남북한 대치하에서의 유엔의 위기관리
Ⅲ. 한국 전쟁과 유엔의 개입 1. 유엔군사령부의 전쟁 수행과 다국적 군사 협력
Ⅳ. 한국 전쟁 기간 유엔의 민간 구제 활동 1. 유엔군의 전시 민간인 구제 시스템과 활약상 2. 초창기 유엔 전문 기구의 피난민 구제 활동
Ⅴ. 전쟁 폐허의 재건과 유엔 1. 한국 재건을 위한 유엔 전담 기구의 창설과 활동 2. 유엔의 한반도 통일 추진과 경제 복구 지원 3. 아동과 여성을 위한 유엔의 긴급 구호 사업 4. 유엔의 교육 재건 활동 내역 5. 유엔의 보건 위생 지원 활동
Ⅵ. 경제 성장 초기 유엔과 세계은행의 기여 1. 유엔의 한국 근대화 지원 프로젝트 2. 유엔의 경제 개발 견인 역할 3. 유엔의 원자력 기구 창설과 한국의 초기 핵정책
Ⅶ. 나가며 1. 연구의 의미 2. 추가적인 연구 과제
참고 문헌
|